[UFEA를 만나다 | Interview] EP 33: 44대 팀장 이하은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44대 팀장으로 인사드립니다. 41기 이하은입니다.
Q. UFEA 41기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던 계기, 혹은 그런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지원 당시 결심과 동시에 기대가 있었을텐데, 한 학기의/첫 한 학기의 활동을 마치며 그 바람이 이뤄졌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본 전공인 수학과와 더불어 금융공학 연계전공을 수료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수강했던 '금융공학개론' 수업을 통해 처음 금융공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당시의 선택이 지금의 저를 금융공학에 진심으로 만들어 줄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때의 저는 시장에서의 가치가 어떻게 가격으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가격을 어떤 논리와 모델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막연한 흥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소 추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언젠가는 공정한 가치를 계량화하여 이를 가격으로 설명함으로써 건강한 시장에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금융공학개론 수업을 들은 후 금융공학이 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금융공학을 더 깊이 공부할 방법을 찾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UFEA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혼자 공부할 때보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할 때 더 큰 동기부여를 얻는 편이에요. 관심 있는 분야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지원을 망설일 이유도 없었습니다. 당시 지원서를 작성할 때의 설렘이 기억나네요.
그렇지만 첫 정규 세미나 시간에 그 설렘이 조금은 무너졌습니다. 음, 무너졌다기 보단 더 큰 벽을 마주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네요. 원서를 기반으로 새로운 학문을 혼자 공부해본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새로운 개념들을 끙끙대며 머릿속에 욱여넣은 채 들어간 세미나 공간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더욱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심화적인 논의가 이어지자 머릿속에 넣어둔 내용들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한 채 첫 세미나가 끝났습니다.
제가 웬만하면 사람들 모이는 자리에 잘 안빠지는데, 그 날은 뒷풀이도 못 가고 집에 바로 돌아왔던 기억이 나네요. 점차 시간이 지나고 다른 분들과 말을 트면서 세미나 시간이 모두에게 쉽지 않다는 점을 공유받고 나니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한동안은 쉬는시간에 화장실에서 마주한 다른 분들과 서로 웃고 지나갔던 시간들이 생각납니다. 그 때 마주한 분들 중에 누구 하나 고생하지 않은 모습이 없었기에 유피아가 오랜 시간 명성을 이어오며 존속할 수 있는 이유가 있구나, 뼈저리게 체감했습니다.
한 학기를 마치고 41기의 활동을 다시 돌아보자면, 나름 애썼고 최선을 다했다는 시간이 듭니다. 첫 OT 시간에 43대 부회장님께서 남겨주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고 활동 중에도 위안을 많이 받았습니다. “모두가 다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한 만큼 도착지도 다 다르다. 그러니 본인의 발자국과 속도에 맞춰 최선을 다하면 내가 얻어갈 수 있는 최고를 얻어갈 것이다” 이런 의미의 말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과 기억이 만든 왜곡이 녹아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아무튼, 그 말을 계기로 해서 저만의 속도가 있음을 인정하는 시간을 보냈고, 지금은 제가 세워둔 기준에 미치지 못해도 무너지지 않고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보다 덜 이해하고 덜 얻어갔을지 몰라도 제가 가진 저만의 속도 하에서는 최선을 다했음을 누구보다 제 자신이 제일 잘 알기에 후회 없이 한 학기 활동을 마무리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수학 전공자로서, 금융공학을 공부하게되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뭐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학교에서는 수학을 공부하면서 이걸 도대체 어디에 써먹을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재미있게 공부했던 현대대수학 같은 과목은 더 그랬어요. 1+1을 자연스럽게 2라고 할 수 없는... 물론 내용 자체는 너무 재밌게 공부했지만 이 얘기를 어디 가서 할 수도 없고, 하더라도 멋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게되는 수학이라는 학문이 도대체 현실과 어떻게 연결될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금융공학을 공부해나가면서 점차 수학이라는 언어가 금융공학을 설명하는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점이 제일 인상깊었습니다. 수학만의 이상적인 학문 베이스를 구축해둔 세상 위에 금융공학이라는 건물이 세워지는 광경을 목격한 기분이었달까요. 처음에는 경영, 경제학 전공자들이 더 유리한 학문인 줄 알았지만 점차 모델이 복잡해지고 수식이 정교해지면서 수학을 전공한 과거의 선택이 거의 처음으로 뿌듯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거시적인 시장 흐름을 볼 줄 알고, 각종 경제 지표가 금융 상품에 미치는 세부적인 영향을 이해하는 역량이 금융공학을 공부할 때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수학이라는 언어를 몰랐다면 금융공학이 현실과 연결되기 위해 끊임없이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인 수많은 논리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Q. 금융공학은 흔히 수학을 잘해야 하는 분야라고 여겨지는데, 실제로 공부해보니 수학을 잘하는 사람과 금융공학을 잘하는 사람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끼셨나요?
수학을 잘해도 반드시 금융공학을 잘하는 건 아니고, 반대로 금융공학 잘한다고 해서 반드시 수학을 잘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두 학문 모두를 나름 찍먹해본 입장에서, 둘의 correlation을 따지자면 양수겠지만 1에 가깝지는 않은 것 같거든요.
개인적인 견해지만, 두 학문 모두 세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수학은 완전한 백지 위에서 새로운 세계를 정의하고 그려나가는 느낌에 가깝다면, 금융공학은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진 스케치북 위에서 지우개질도 하고, 더 진한 선으로 덧그리기도 하며 현실의 시장을 설명해나가는 학문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그래서 금융공학에서는 단순히 수학적으로 모순 없이 논리가 전개되는지를 살피는 것만큼이나, 실제 시장과 모델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도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세미나 시간에도 이론과 실제 시장 사이의 차이에 대한 논의가 자주 나왔던 것 같아요. 같은 모델을 바라보더라도 어떤 분은 수식 자체의 구조를 깊게 보셨고, 또 어떤 분은 실제 시장에서는 왜 다르게 움직이는지를 중심으로 바라보시는 모습의 차이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러한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유피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금융공학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와 같은 자연계열뿐만 아니라 인문, 상경 등 제가 가지지 못한 시선으로 같은 주제를 바라보시는 모습을 곁에서 보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 과정 속에서 수학이나 금융공학에 대한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꺼내놓고 함께 논의하려는 태도라는 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질문하고 고민하다 보면,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함께 세미나를 만들어가게 되는 것 같거든요. 다음 학기에 진행할 42기에서는 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과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팀장을 지원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팀장으로서 함께하고 싶은 팀원의 모습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41기 활동을 마무리할 때 짧게나마 세미나에서 팀장 역할을 경험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중심이 되어 시간을 이끌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즐겁더군요. 제가 가진 생각들을 이전보다 더 자유롭게 꺼낼 수 있었고, 팀원분들께서 그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시는 경험은 세미나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논의가 무르익어가며 팀원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생각을 더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팀장이라는 자리가 혼자 무언가를 이끌어가는 역할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이야기를 시작하고 방향을 잡아가는 것은 팀장의 몫이겠지만,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세미나는 더욱 풍성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겠죠. 이번 경험 덕분에 42기 분들과 함께 팀장으로 활동하며 신입 회원으로 활동한 상반기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사실 여담이지만 팀장을 맡게된 건 이번 회장님 덕이 큽니다. 저는 스스로를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취업 시장에서 내세울 만한 실용적인 경험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왔습니다. 혼자 추구하는 ‘나’라는 사람과, 사회에서 매력적으로 보이는 인재상은 다르다고 어렴풋이 생각해왔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농담처럼 “제일 큰 스펙이 유피아 수료 점수”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제가 이뤄둔 것들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치만 이런 제게 잘 할 수 있다고, 너만한 사람이 없다고 가스라이팅해주신 회장님 덕에 조금의 용기라는 걸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42기로 지원하시는 분들, 그중에서도 금요일 세미나에서 저와 함께하게 될 분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분들이셨으면 좋겠습니다. 종종 “아직 아는 것이 많지 않은데 괜찮을까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유피아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보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성장하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도 잘 모릅니다 (웃음). 그렇기에 이곳에 남아 함께 공부하고자 했고 앞으로 더 많이 배워갈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고, 가끔은 깨달음의 순간이 주는 즐거움도 함께 나누면서 금융공학과 함께하는 의미 있는 한 학기를 만들어 갈 분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Q. UFEA 지원을 망설이는 후배를 마주한다면, 어떤 조언을 건네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일단 해보라고 쉽게 말을 꺼내지는 못하겠습니다. 유피아는 보통의 대외활동보다 품이 많이 드는 활동이거든요. 한 학기의 시간동안 매주 시간을 꾸준히 써야 하고, 낯선 내용을 스스로 공부해야 하고, 세미나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나의 무지까지 꺼내놓아야 합니다. 더군다나 서울에서 주로 활동이 진행되는 만큼 지방에 계신 분들의 참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가볍게 추천할 수 있는 활동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지만 금융권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꼭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이론만 배우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이 상품은 왜 이런 구조를 가질까?’, ‘시장은 왜 이렇게 움직일까?’, 더 나아가 ‘나는 왜 금융권을 가고 싶은 걸까?’와 같은 고민들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거든요.
저는 이번 시간이 단순한 스펙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취업을 준비하는 걸 넘어서 내가 왜 이 산업에 끌리는 사람인지, 더 나아가 내가 금융 산업에서 해내고자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는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것 같아요. 저 말고도 이미 해내신 분들의 수기가 인터뷰로 담겨있으니 그 분들이 생각하는 금융공학에 대해서, 유피아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본인의 결과 맞는지 확인해보시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